더욱 멋진 과학으로 지키렵니다! 특촬 이모저모

하세가와 유이치 씨의 '멋진 과학' 시리즈는 일본 특촬 작품들의 SF적 고찰이라는 면에서 가히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연구서입니다. 흔히 소위 '전대물'들의 많은 설정은 SF적으로 성립이 불가능한 황당무계한 오락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이 시리즈는 애초부터 그런 견해들과는 정반대의 발상으로 쓰여져 있지요.

사실 SF 작품에서 비합리성과 비과학성을 찾아내는 것은, 어느 정도의 상식과 과학지식만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지적된 그런 단점들을 '정당화'할 수 있는 SF적 시각을 갖춘다는 것은 풍부한 지식과 재능이 없이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요.

솔직히 지금까지 인류의 과학을 발전시켜 온 인물들은 황당무계한 발상을 단지 황당무계하다고 깎아내린 사람들이 아닙니다. 반대로 그것을 어떻게든 현실로 만들어보려고 궁리를 거듭했던 사람들이지요. 물론 이 시리즈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책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분명히 가치는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1, 2권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좋았습니다. 그 1권에 대해서는 잠본이님의 번역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사전에 일본 특촬(한국에서는 '전대물'로 도맷금으로 넘어가버리는)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은 필수겠군요. 지금은 이동 작업중인 저의 옛날 자료라도 남아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 구입한 3권은 아무래도 예전 1, 2권 만큼은 못합니다. 특히 타임렌쟈의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해설은 뭔가 '이건 아닌데'라는 느낌이 팍팍 나더군요. 작품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라기 보다는, 예전의 하세가와씨 작품 세계와 끼워맞추려는 듯한 혐의마저도 느껴졌습니다.

그 반면, 메카닉에 대한 고찰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멋집니다. 굉뢰신 3호기에 대한 두 종류의 예측이라던가, 제트 이카로스와 타임로보의 관계에 대한 고찰도 대부분 예상대로였습니다. 아무래도 하세가와씨는 메카닉 고찰 쪽이 더 어울리시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이쪽 내용을 더 늘려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우주형사와 SPD의 관계나, 파워 애니멀 = 성수 정도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고, 뭔가 '그 이상'의 황당하면서도 '멋진' 고찰을 보여주었으면 했는데, 역시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이 상대적으로 이번 책을 낮게 평가하게 된 원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평소의 제 지론이기도 했던 슈리켄쟈 = 갸반 설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지, 일본제일남에 이은 또 하나의 전설이 될 수도 있는 소재를 시원하게 요리해 주지 못했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리는군요. 이쪽은 나중에 제가 직접 손을 대도 괜찮을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반부의 후기 메탈 히어로 고찰은... 막판의 '갑충전대 무시렌쟈(;;;)' 건을 제외하면 좀 마이너한 영역이라 임팩트는 적군요. 전반적으로는 2권이 나온 뒤 한참 뒤에 나온 물건이라 그런지, 1,2권에 나온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는 점도 좀 거슬렸습니다. 어쨌든 완성도는 전작들에 비해 분명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닙니다. 나온지 오래된 작품은 그 만큼 평론가의 뇌 속에서 숙성되고 보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글로 정리하기 쉬운 반면, 최신 작품들은 아무래도 그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을 내기가 쉽지 않지요.

특히 이 책처럼 예전 작품부터 순서대로 정리하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 아무래도 앞부분의 작품 해설에 비해 뒷부분 해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전반부에 최신 전대를 놓고 후반부를 마이너 메탈 히어로로 채운 구성은 좀 아니다 싶군요. 사실 정작 보고 싶었던 것은 쿠우가 이후 최신 라이더들에 대한 고찰이라...

그래도 이번 일본행에서는 구입 실패한 책이 워낙에 많아서, 이거라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큰 것도 어쩔 수가 없군요. 1,2권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3권도 사긴 샀습니다만, 만일 이 3권부터 접하게 되었다면 1,2권에 손을 댔을지는 적잖이 의문이 남습니다.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덧글

  • 잠본이 2006/04/04 14:10 #

    무시렌쟈 = 비파이터 인 겁니까;;; 과아연...
  • rumic71 2006/04/04 14:16 #

    2권의 경우에도, 가면라이더 파트부터는 술렁 술렁 넘어가는 게 눈에 띌 정도였지요.
  • 암흑요정 2006/04/04 22:40 #

    멋진 과학 4권은 마지렌쟈와 보우켄쟈의 분석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 같은데, 나머지를 어떤 특촬 타이틀을 분석하냐가 문제군요.
    이시노모리 월드를 분석한다고 한다면, 이나즈맨, 아크마이저3, 로보콘, 우주철인 쿄우다인, 대철인17 정도? 아니면 도에이版 스파이더맨?
  • 로키 2006/04/05 11:07 # 삭제

    국내에 번역되서 나오면 읽어봐야죠 뭐....사실 우리나라에는 저런 분석자료조차 없으니까요.

    특촬이건 애니메이션이건, 우리나라 작품의 설정집이나 원화집 같은 것이 서점에 있는 경우는 거의 못봤습니다. 일본이란 나라, 이럴때는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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