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1월 01일
『하늘의 대괴수 라돈[空の大怪獸ラドン]』(1956)
토호 / 컬러 82분 / 감독 : 혼다 이시로 / 각본 : 무라타 타케오 / 특기감독 : 츠부라야 에이지 / 음악 : 이후쿠베 아키라 / 출연 : 사하라 켄지, 시라카와 유미, 히라타 아키히코
큐슈의 아소산 부근의 탄광에서 범인을 알 수 없는 연속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피해자들 모두는 예리한 물체에 의해 몸이 찢겨나갔음이 확인된다. 하지만 범인은 의외로 빨리 그 정체를 나타냈다. 그것은 거대한 잠자리 유충과 닮은 괴물인 2억년전의 생물 메가누론이었던 것이다. 이 괴물을 쫓아 탄광으로 들어간 가와무라는 낙반사고로 탄광에 갇혀버리지만, 며칠 후 기적적으로 생환했을 때는 뭔가 쇼크를 받은 듯 기억상실증에 걸려있었다. 같은 시기에 아시아 각지에서 거대한 미확인 비행물체가 목격된다. 그리고 기억을 되찾은 가와무라의 증언에 의해 그 물체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것은, 가와무라의 눈 앞에서 메가누론의 유충을 잡아먹고 있던 익수룡 라돈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라돈은 공군의 추격을 피해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하면서 그 거대한 날개에서 나오는 충격파로 후쿠오카를 거의 완벽하게 파괴해버린다. 하지만 공군의 필사적인 공격으로 라돈이 쓰러지려고 할 때, 이번에는 어미 라돈까지 나타난다. 라돈 모자는 아소산의 둥지로 돌아가지만 거기에도 방위대의 공격이 기다리고 있었고 결국 방위대의 미사일 공격이 불러일으킨 화산 폭발에 휘말린 두 마리는 처참한 최후를 맞는다.
고지라 2부작 이후, 다나카-혼다-츠부라야의 3각 콤비는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특히 츠부라야 에이지가 애착을 갖고 있던 '킹콩'의 일본판이라 할 수 있는 '수인설남(獸人雪男)'에는 토호 영화사 전체의 기대가 실리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특수부락차별문제(과거 천민부락이라 불렸던 지역출신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문제)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 이후 공개금지처분을 받으면서 3각 콤비의 명성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고,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고지라 시리즈의 원작자이기도 한 카야마 시게루(香山滋)도 3각 콤비와의 제휴를 끊어버리게 된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시도된 것이 일본 최초의 컬러판 괴수영화이기도 한 '라돈'인데, 이 작품은 이전의 고지라에서 보여주었던 일본 독특의 괴수관을 버리고, 오히려 이전의 헐리우드 거대 몬스터 영화에 가까운 스토리로 전개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라돈의 모습은 산속에 살다가 먹이가 떨어져 마을에 내려온 맹수가 사람들에게 쫓겨다닌 끝에 사살당한다고 하는 흔히 들어본 이야기와 별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이전에 만들어졌던 할리우드의 거대 몬스터 영화도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 라돈은 여기 비해서 단지 그 스케일이 '괴수영화답게' 거대화되었을 뿐이다. 또한 작품 초반에 등장한 메가누론 역시 이미 'THEM!', 'The Deadly Mantis' 등의 헐리우드 거대곤충영화에서 보아온 돌연변이 곤충에 비해 딱히 참신한 점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슈트 촬영에는 적합하지 않은 곤충형 괴수를 무리하게 슈트로 표현한 무리수가 눈에 띌 뿐이다.
하지만 라돈은 초월자인 괴수로서의 속성을 포기한 대신, 부화로부터 포식행위,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자세한 묘사를 보여줌으로서 보다 생물적인 특성을 획득한다. 또한 라돈의 습격장면 자체에는 이전의 고지라 시리즈와 같은 어두운 분위기나 피해자들의 생생한 참상은 간데 없고, 이미 양식화되기 시작한 사람들의 피난장면 정도가 들어가 있을 뿐인데, 이에 비해 오히려 초반의 메가누론의 습격 쪽은 몬스터물 본래의 호러적 성격을 한층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메가누론의 설정인데, 이들은 영화의 주역이 아니라 단지 라돈의 먹잇감에 불과할 뿐임에도 자칫 늘어지기 쉬운 괴수영화 초반의 흐름에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면서, 이어서 나타나는 라돈의 거대한 스케일과는 대조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을 주어 영화의 전체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크게 공헌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라돈'에서 최초로 사용된 거대곤충무리의 등장에서 거대괴수의 출현으로 이어지는 포맷은 이후 오랫동안 묻혀있다가, '가메라2 레기온 습래'나 '고지라X메가기라스' 등 최근의 괴수영화에 도입되면서 그 잠재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된다. (특히 '고지라X메가기라스'에서는 '라돈'의 메가누론과 함께 그 성체인 메가뉴라가 새롭게 등장하는데, 이들의 거대변이체인 메가기라스에 이르면 고지라와 맞먹는 강력한 괴수가 된다는 설정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이 '라돈'에서는 주목할만한 많은 새로운 기술들을 살펴볼 수가 있는데, 역시 일본 최초의 컬러 괴수영화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리얼한 채색은 물론이고 간판의 글자 하나하나까지 똑같이 만든 정교한 미니어처와, 비행기와는 비교도 안되게 복잡한 비행괴수의 와이어 조연(操演=인형 캐릭터 등을 외부에서 조종하여 연기를 연출하는 기술)을 들 수 있는데,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움직임을 조종하기 위한 와이어 몇개가 끊어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와이어를 이용한 필사적인 조연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리하여 라돈은 많은 새로운 시도와 기술적 진보를 남긴채, 이후 작품에서도 그 캐릭터와 생명력을 이어가게 된다. 여기서 작은 일화를 소개하자면,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혼다 감독의 ‘라돈’을 본 적이 있습니다.”라는 언급을 했었다는 사실은 특촬팬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큐슈의 아소산 부근의 탄광에서 범인을 알 수 없는 연속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피해자들 모두는 예리한 물체에 의해 몸이 찢겨나갔음이 확인된다. 하지만 범인은 의외로 빨리 그 정체를 나타냈다. 그것은 거대한 잠자리 유충과 닮은 괴물인 2억년전의 생물 메가누론이었던 것이다. 이 괴물을 쫓아 탄광으로 들어간 가와무라는 낙반사고로 탄광에 갇혀버리지만, 며칠 후 기적적으로 생환했을 때는 뭔가 쇼크를 받은 듯 기억상실증에 걸려있었다. 같은 시기에 아시아 각지에서 거대한 미확인 비행물체가 목격된다. 그리고 기억을 되찾은 가와무라의 증언에 의해 그 물체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것은, 가와무라의 눈 앞에서 메가누론의 유충을 잡아먹고 있던 익수룡 라돈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라돈은 공군의 추격을 피해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하면서 그 거대한 날개에서 나오는 충격파로 후쿠오카를 거의 완벽하게 파괴해버린다. 하지만 공군의 필사적인 공격으로 라돈이 쓰러지려고 할 때, 이번에는 어미 라돈까지 나타난다. 라돈 모자는 아소산의 둥지로 돌아가지만 거기에도 방위대의 공격이 기다리고 있었고 결국 방위대의 미사일 공격이 불러일으킨 화산 폭발에 휘말린 두 마리는 처참한 최후를 맞는다.
고지라 2부작 이후, 다나카-혼다-츠부라야의 3각 콤비는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특히 츠부라야 에이지가 애착을 갖고 있던 '킹콩'의 일본판이라 할 수 있는 '수인설남(獸人雪男)'에는 토호 영화사 전체의 기대가 실리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특수부락차별문제(과거 천민부락이라 불렸던 지역출신의 사람들을 차별하는 문제)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 이후 공개금지처분을 받으면서 3각 콤비의 명성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고,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고지라 시리즈의 원작자이기도 한 카야마 시게루(香山滋)도 3각 콤비와의 제휴를 끊어버리게 된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시도된 것이 일본 최초의 컬러판 괴수영화이기도 한 '라돈'인데, 이 작품은 이전의 고지라에서 보여주었던 일본 독특의 괴수관을 버리고, 오히려 이전의 헐리우드 거대 몬스터 영화에 가까운 스토리로 전개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라돈의 모습은 산속에 살다가 먹이가 떨어져 마을에 내려온 맹수가 사람들에게 쫓겨다닌 끝에 사살당한다고 하는 흔히 들어본 이야기와 별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이전에 만들어졌던 할리우드의 거대 몬스터 영화도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 라돈은 여기 비해서 단지 그 스케일이 '괴수영화답게' 거대화되었을 뿐이다. 또한 작품 초반에 등장한 메가누론 역시 이미 'THEM!', 'The Deadly Mantis' 등의 헐리우드 거대곤충영화에서 보아온 돌연변이 곤충에 비해 딱히 참신한 점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슈트 촬영에는 적합하지 않은 곤충형 괴수를 무리하게 슈트로 표현한 무리수가 눈에 띌 뿐이다.
하지만 라돈은 초월자인 괴수로서의 속성을 포기한 대신, 부화로부터 포식행위,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자세한 묘사를 보여줌으로서 보다 생물적인 특성을 획득한다. 또한 라돈의 습격장면 자체에는 이전의 고지라 시리즈와 같은 어두운 분위기나 피해자들의 생생한 참상은 간데 없고, 이미 양식화되기 시작한 사람들의 피난장면 정도가 들어가 있을 뿐인데, 이에 비해 오히려 초반의 메가누론의 습격 쪽은 몬스터물 본래의 호러적 성격을 한층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메가누론의 설정인데, 이들은 영화의 주역이 아니라 단지 라돈의 먹잇감에 불과할 뿐임에도 자칫 늘어지기 쉬운 괴수영화 초반의 흐름에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면서, 이어서 나타나는 라돈의 거대한 스케일과는 대조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을 주어 영화의 전체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크게 공헌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라돈'에서 최초로 사용된 거대곤충무리의 등장에서 거대괴수의 출현으로 이어지는 포맷은 이후 오랫동안 묻혀있다가, '가메라2 레기온 습래'나 '고지라X메가기라스' 등 최근의 괴수영화에 도입되면서 그 잠재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게 된다. (특히 '고지라X메가기라스'에서는 '라돈'의 메가누론과 함께 그 성체인 메가뉴라가 새롭게 등장하는데, 이들의 거대변이체인 메가기라스에 이르면 고지라와 맞먹는 강력한 괴수가 된다는 설정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이 '라돈'에서는 주목할만한 많은 새로운 기술들을 살펴볼 수가 있는데, 역시 일본 최초의 컬러 괴수영화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리얼한 채색은 물론이고 간판의 글자 하나하나까지 똑같이 만든 정교한 미니어처와, 비행기와는 비교도 안되게 복잡한 비행괴수의 와이어 조연(操演=인형 캐릭터 등을 외부에서 조종하여 연기를 연출하는 기술)을 들 수 있는데,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움직임을 조종하기 위한 와이어 몇개가 끊어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와이어를 이용한 필사적인 조연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리하여 라돈은 많은 새로운 시도와 기술적 진보를 남긴채, 이후 작품에서도 그 캐릭터와 생명력을 이어가게 된다. 여기서 작은 일화를 소개하자면,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혼다 감독의 ‘라돈’을 본 적이 있습니다.”라는 언급을 했었다는 사실은 특촬팬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하다.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 by | 2006/01/01 00:00 | 특촬 박물관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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