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로봇 연구서설 - 트랜스포머 편 - 로스트 카테고리 (1)

* 슈퍼로봇 최후의 보루 - 초로봇생명체의 역습 -

한때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류를 장악하고 있던 거대로봇의 붐도 완전히 꺼져가고 있던 1985년, 세상은 이미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나 다름없었던 '제타 건담'의 천하라고만 생각되던 이 시기에 갑자기 미일 합작으로 만들어진 전혀 새로운 거대로봇들이 일본땅에 상륙하게 된다. 당초에는, 하스브로에 의해 미국에 수입되고 있던 다카라의 인기 완구 시리즈 '다이아크론'을 애니메이션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던 이 작품은 곧 다이아크론과는 별개의 시리즈로서 '트랜스포머'라고 이름붙여졌고, 기본적으로는 하스브로 측이 발탁한 제작팀이 각본과 기본 설정을 담당하고, 여기에 로봇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풍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일본쪽의 토에이 동화가 작화 파트만 협력하는 형태로 전64화의 1기 시리즈가 제작되게 되었다.

이렇게해서 완성된 트랜스포머 제1기 시리즈인 '싸워라! 초로봇생명체 트랜스포머!"는 같은 해에 방영된 '기동전사 제타 건담'과는 여러가지로 비교되는 작품이었는데, 우선 그 대상 연령층부터가 필요 이상으로 높았던 '제타'와는 달리, 이 '트랜스포머'는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사이버트론'과 '데스트론'으로 나뉘어진 양 세력의 대결은 선악의 구별이 뚜렷한 단순명료한 이야기였으며, 미국식 어린이 작품의 기준에 맞춘 스토리는 권선징악의 간결한 스토리와 더불어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최대한으로 살린 걸작 에피소드가 많았다.

우연찮게도 같은 시기에 등장해서, 운명적으로 정면격돌하게 된 이 '트랜스포머'와 '제타 건담'은 '변형 로봇'이 주류라고 하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그 속성이나 디자인, 변형구조에 있어서는 역시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데, 기본적으로 로봇 그 자체가 생명을 가진 캐릭터인 '트랜스포머'들과, 어디까지나 도구로서 연출되는 '모빌슈트'의 차이는 제쳐놓더라도, 단순하면서도 선이 굵은 실루엣으로 구성된 트랜스포머의 형상과, 복잡한 의장과 세련미, 상징적인 기호들로 가득찬 '제타'의 MS 디자인,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로 자연스럽게 변형하는 트랜스포머와 완구로서의 상품성을 이미 포기한 극단적 변형기구가 속출하는 가변 MS들의 '변형'에 대한 개념의 차이는 그대로 이 '트랜스포머'와 '제타'가 지향하는 작풍과 그 대상 계층의 차이, 그리고 그 바탕이 된 문화적 토양의 차이등을 잘 드러내어 주었다.

어쨌든, 정통파 슈퍼로봇은 이미 전멸하고 리얼로봇 작품조차도 쇠퇴기에 접어든 불행한 시기의 어린이들에게 이 '트랜스포머'는 마치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작품이었으며, 상업적으로도 하나의 거대로봇을 그대로 한명의 캐릭터로서 취급한다는, 실로 콜럼버스의 달걀과도 같은 혁신적인 발상은 캐릭터 = 로봇의 수 만큼 완구를 찍어낼 수 있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립하면서, 프라모델과의 경쟁 끝에 거의 전멸에 이르렀던 정통파 로봇완구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커다란 의미는, 미국과 일본 양쪽에서 완구 마케팅과 애니메이션 방영을 병행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폭발적인 시장의 확대를 이 작품을 통해 일본의 제작자들이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토미의 오리지널 완구 시리즈인 '조이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이 시기에 구미권에 소개된 '조이드'는 디즈니와의 합작 덕분에 전세계로 퍼져있던 토미의 판매망을 통해 순식간에 서구 문화권에 침투하면서, 애니메이션이 수반되지 않은 완구 오리지널 시리즈도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또다른 수익모델의 확립에 성공하게 된다.

당연히 일본쪽에서는 기존의 로봇 작품들이나 새로운 작품들을 구미권에 수출하기 위한 구상을 시작하게 되지만, 대성공을 거둔 '그렌다이저' 등 서구에서도 통할만한 보편성을 가지고 있던 초창기의 슈퍼로봇 작품들과는 달리, 이미 보편성보다는 일부 계층의 취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던 당시의 리얼로봇 작품들이 문화적 토양이 다른 해외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고, 이후 이러한 시도는 그나마 가장 대중성과 보편성을 간직하고 있었던 '슈퍼 전대 시리즈'가 '파워레인저'로서 현지화되어 미국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그 첫 결실을 맺게 된다.

하지만, 이 '트랜스포머' 역시 초반에는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어디까지나 완구 생산 일정에 맞춘 마케팅을 제일로 생각했던 다카라와, 보다 미국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쉬운 미국식 시리즈물을 구축하려던 하스브로와의 대립은 2기 시리즈인 '2010'에서 정점에 달하게 되고, 그 결과 3기 시리즈인 '헤드마스터즈'부터는 다카라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토에이측이 각본과 기획권을 장악하게 되어버린다.

그리하여 3기 이후로는 거의 일본 작품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이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통해서 다카라가 쌓은 많은 노하우는 초기 트랜스포머 최후의 작품인 '싸워라! 초로봇생명체 트랜스포머 V'를 통해 일단의 완성을 보게 되고, 여기에서 보여준 '스스로의 의사를 가진 변형로봇'들과 인간의 교류라는 시리즈의 기본 패턴은 시리즈 종료 다음해부터 다카라와 선라이즈가 손을 잡고 제작을 개시한 '용자 시리즈'에도 이어져서, 결과적으로 이 '트랜스포머'는 한때는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일본 슈퍼로봇의 혈통을 다시 이어가게 해준 일등공신으로서 일본 거대로봇 작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또한, 정통 '트랜스포머' 시리즈 자체도 97년에 제작된 3D 작품 '비스트 워즈' 시리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부활을 이뤄내게 되고, 지금도 이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건담'과 '슈퍼 전대 시리즈'에 필적하는 대작 거대로봇 작품으로서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지지를 모으며 그 전설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덧글

  • 나이브스 2006/05/24 10:06 #

    제가 첫번째로 본 트랜스포머는 비디오로 나온 극장판이었을 겁니다.

    그거 이외엔 다른 트랜스포머는 접하기 힘들었죠
  • S.R.M 2006/05/24 13:11 # 삭제

    어릴적에 미국에 살았을때의 저의 추억이였던 초기 트랜스포머 TV시리즈. 한국에는 TV시리즈가 제대로 들어오지않았던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실은 90년쯤에 TV시리즈도 GI Joe와 함께 더빙비디오로 정식으로 나왔던것같지만, 비디오점에서 본적이 없네요.
  • 지나가던 행인 2006/05/27 04:18 # 삭제

    요즘 껀 합체와 변신 장면이 멋져서 옛날 것과는 딴 작품처럼 보이더군요;;
    글 잘읽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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