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로봇 연구서설 - 슈퍼로봇대전 탄생 편 - 로스트 카테고리 (1)

* 사상최대의 싸움이 시작되다 - 잊혀졌던 영웅들의 부활 -

1991년 12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사건은 벌어졌다. 이후 거대로봇의 역사를 말함에 있어서 결코 지나칠 수 없었던 대사건. 그것은 바로 당시 일본의 대표적인 비디오 게임기였던 패미콤으로 발매된 소프트 '제2차 슈퍼로봇대전'의 출현이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 등장한 '제3차 슈퍼로봇대전'의 기록적인 히트는, 이후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송두리채 바꿔 버릴 만큼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 게임은, 얼핏보면 그때까지 반프레스토가 내놓았던 SD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다른 게임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물건으로 보였다. 마찬가지로 91년 4월에 발매된 이 시리즈의 제1작 '슈퍼로봇대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렇게 보였다. SD건담, SD 가면라이더, SD 울트라맨 등 다양한 SD 캐릭터들의 판권을 가지고 있던 반프레스토는 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여러가지 게임들을 RPG, 스포츠, 퍼즐 등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선보이고 있었고, 이 '슈퍼로봇대전' 역시 나가이 고의 계열의 SD 로봇인 CB(=치비) 캐릭터들을 추가로 투입한 것 이외에는 그다지 신선할 것이 없는 시뮬레이션 RPG 작품이었다.

하지만 '제2차 슈퍼로봇대전'이 전작 '슈퍼로봇대전'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각 로봇들이 등장하는 원작의 '캐릭터'들과 '이벤트'등을 효과적으로 재구성한, 캐릭터 게임으로서 보다 진보된 플롯에 있었다. 이 작품에는 단순히 SD화된 로봇들만이 아니라, 각각의 원작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원작 그대로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원래는 전혀 다른 작품에 등장했던 이들 캐릭터들이 동일한 시공간에서 서로 맞물리면서 보여주는 독특한 드라마는 그것 자체로도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흥미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 '제2차 슈퍼로봇대전'은 그러한 캐릭터들의 협연에만 그치지 않고 원작 애니메이션의 주요 이벤트를 게임 상에서 재현하거나, 따로 원작을 갖고 있지 않은 반프레스토의 오리지널 로봇과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시나리오 상 중요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이 기대하고 있던 이상의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제2차 슈퍼로봇대전'은 기본적으로 마징가 시리즈와 겟타 시리즈가 합쳐진 극장판 마징가 시리즈의 세계관과, 퍼스트 건담 ~ 역습의 샤아까지의 건담의 세계관을 하나로 합쳐서 구성되어 있는데, 건담의 지명도에 대해서는 여기서 따로 설명할 것도 없겠지만, 당시로서는 이미 고전 중의 고전 작품이었던 마징가나 겟타로보 등의 작품들 역시 '겟타로보 號'의 방영을 계기로 다시한번 주목을 받고 있던 상황이어서, 각각 슈퍼로봇과 리얼로봇을 대표하는 이들 작품들의 결합은 상당히 넓은 세대에 걸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상적인 컴비네이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원래는 반프레스토의 오리지널 작품 기획에서 출발한 '마장기신 사이버스타'와 그 라이벌인 그랑존, 발시온 등의 오리지널 로봇들도 플레이어들의 많은 호평을 받았으며, 이후 '마장기신'의 세계관은 점차로 확장, 강화되어 결국에는 독립적인 게임으로서 세계관을 완성시키기에 이르게 된다.

이듬해, '제2차'에 이어서 발매된 '제3차 슈퍼로봇대전'은 슈퍼 패미콤이라는 새로운 하드웨어의 고성능을 발판으로 보다 확장된 게임성과 늘어난 등장 로봇들로 플레이어들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는데, 새로 추가된 '용자 라이딘', '콤바트라 V', '다이탄 3'의 3작품은 초창기 슈퍼로봇물을 대표하는 명작으로서 스토리와 전투 장면에 더욱 깊은 맛을 부여해 주었고, 여성형 오리지널 로봇 '발시오네'나, 보다 강대한 악의 흑막이었던 '인스펙터' 등의 새로운 캐릭터들도 기존의 오리지널 캐릭터에 못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하였다.

물론 건담 쪽에서도 '0080','0083'등 신작의 주역 MS와 캐릭터들을 계속해서 투입함으로서 슈퍼로봇들이나 오리지널 로봇에 지지 않는 호화스런 진용을 과시하였고, 이로 인해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의 명작들이 한 세계관 안에 존재하게 된 '제3차'는 캐릭터 게임으로서는 가히 기록적인 대히트를 기록하며 게임 업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도 주목하게 될 정도의 거대한 존재로 성장하였다.

이 '제3차'는 슈퍼 패미콤이라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살려 시스템적으로도 장족의 발전을 보였는데, 초보적 애니메이션 기법이 도입되어 보다 강화된 연출이 돋보이는 전투 장면은 물론, '갈아타기'라는 추가된 요소 덕분에 원작에서는 불가능했던 캐릭터와 로봇의 조합이 가능해진 점이나, 플레이어의 원작 이해도에 따라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다양한 설득 이벤트의 증가는, 이 '슈퍼로봇대전'이 가진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전작 이상으로 확장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원래 슈퍼로봇대전의 스토리는 일단 '제3차'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높은 인기를 어떻게든 활용해보고 싶었던 반프레스토는 오리지널 작품인 '마장기신'의 세계관을 이용하여, 그래도 원작의 세계관이 어느정도 남아있었던 '제2차', '제3차'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무대에서 펼쳐지는 외전적인 작품 '슈퍼로봇대전 EX'를 발표하였다. 이 'EX'는 시도 자체는 상당히 신선했지만, 전작의 일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던가, 낯선 세계관에의 몰입이 어려웠다는 난점을 가지고 있어 '제3차'만큼의 지지를 얻지는 못하였다.

그리하여 'EX'를 잇는 시리즈 최종 작품으로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제4차 슈퍼로봇대전'인데, 이미 슈퍼 패미콤이라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게 된 개발팀은 '제3차'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화려한 전투 장면과 보다 다루기 쉬워진 조작감으로 플레이어들의 호평을 받았으나, 정작 시나리오 부분에서는 '제3차'보다 다소 뒤떨어진다는 평판을 얻었다. 특히, '단바인', '엘가임' 등 새로 추가된 리얼로봇들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며 게임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 반해, '단쿠가', '다이모스'등의 슈퍼로봇들은 애매한 성능과 쓰기 힘든 무기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게 취급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은 게임 밸런스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 점은 당시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의 구매층 상당수가 건담 시리즈의 팬들과 겹치는 세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서서히 슈퍼로봇 계열의 팬들은 슈퍼로봇들과 리얼로봇들의 능력이 게임 상에서 각각 수치로 환산되어 평가된다는 점에 근본적인 의문과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모든 능력이 수치화된 게임 속의 세계관은 건담 등의 리얼로봇 작품이라면 어느정도 잘 맞아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수치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슈퍼로봇들의 끝없는 파워를 제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소수의견으로서 묻혀버리고 말았고, 대부분의 팬들은 반프레스토가 내놓은 의외의 카드 '진 겟타로보'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원래는 이시가와 켄의 만화판 '겟타로보 號'의 종반부에 등장하는 괴물적인 성능을 가진 이 진 겟타로보는 '슈퍼로봇대전'에 출연하게 되면서 거의 모든 부분이 게임을 위해 새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원작에서는 상반신 밖에 등장하지 않았던 진 겟타 2와, 아예 등장할 기회가 없었던 진 겟타 3은 게임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 되었고, 그 성능도 원작에서 보여준 정체불명의 파워 대신, 겟타로보 G를 그대로 발전시킨 정도의 성능으로 조절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게임판 '진 겟타로보'는 그 독특한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 덕분에 순식간에 기존의 애니메이션 로봇에 지지 않는 높은 지명도와 인기를 얻게 되었고, 이는 이후 다이나믹 프로가 독립된 OVA 작품 '진 겟타로보'의 제작에 착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이후, 이 '제4차 슈퍼로봇대전'은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이라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얻어 '제4차 슈퍼로봇대전 S'나 '슈퍼로봇대전 F'등의 이름으로 각각 리메이크 되기도 하였는데, 여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대폭으로 변화된 제작환경은 이미 이 '슈퍼로봇대전'이 단순한 게임만이 아닌, 이제는 일본의 매니아 상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거대세력이 되었음을 입증하게 되었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소개하기로 한다.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덧글

  • lise 2006/05/24 12:28 #

    저기..F91은 2차부터 나오지 않았나요? 아니 1차부터 나왔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 백금기사 2006/05/24 12:39 #

    지적 감사합니다. 확인 후 수정했습니다.
  • S.R.M 2006/05/24 13:07 # 삭제

    수퍼로봇대전. 점점 잊고있었던 로봇물에 대한 어린시절의 추억을 다시 되살린 이 작품은 저의 인생을 바꿨습니다.
  • aserko 2006/05/24 13:16 # 삭제

    글귀랑은 전혀 상관없는 덧글이지만... 드디어.. 전격하비통판 그랑존을 GET!했습니다. 잘하면 내일 볼수 있을것 같네요(이런 안구에 습기가 그만...)
  • 물빛바람 2006/05/24 13:25 #

    마징카이져를 탄생시킨 것도 슈로대인거 보면 참 대단한 물건이죠.
  • zhdn 2006/05/24 13:29 # 삭제

    1차부터 알파까지.
    참많은 로봇대전을 거치며
    단지 로봇에 관심이 있어서 게임을 하다가
    건담을 알게되어 건담을 열심히 보고
    게임의 다른 스토리들이 궁금하게 되어
    다른애니를 또 보게되고..
    어찌보면은 좋고 어찌보면은;; 안좋은 -ㅛ-
    그런 게임 이었습니다..
    흐음.
    가자! 그룬거스트!
  • 주니 2006/05/24 14:18 #

    2차에서 겟타빔 한 번 맞추려고 무한 리셋을 했던 추억이 떠오르는 군요.
  • 카君 2006/05/24 16:00 #

    슈로대... 정말 재미있는 시리즈입니다.. 아직도 즐기고 있기는 하지만요[..]
    언제나 기대되는 연구서설 잘보고 있습니다~
  • 도지비론 2006/05/24 17:22 #

    슈퍼로봇대전...FF시리즈와 함께 제 인생을 바꿔놓은 게임이군요
    그나저나 복구하시느라 수고하십니다
    어제부터 밸리가 거의 도배 수준이라서 깜짝 놀랐었죠
  • Werdna 2006/05/24 17:58 #

    욕을 바가지로 먹을 소리입니다만 저는 슈로대 시리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부 사서 해보긴 했지만요).
    서로 다른 작품에 나오는 수퍼 로봇들을 한데 모아 그 능력을 수치화하여 강약을 비교한다는 것이 웬지 마음에 들질 않아요. 또 판이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들의 드라마를 얼기설기 엮어놓은 스토리도 거부감이 들구요.
    하지만 게임에 수퍼로봇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음은 인정합니다. 또 새로운 세대에게 옛 로봇들을 소개해 준 공로가 크다는 것도 알고 있구요.
  • 이리아부친 2006/05/24 18:32 #

    4차 이식판에선 언급하신 단쿠가나 다이모스등의 '애매한 슈퍼로봇' 들이 미친듯이 파워업했던가요; 기억나는건 단쿠가에 혼생긴거정도지만_;
  • 욜덴 2006/05/24 18:41 #

    단쿠카는 확실히 파워업입니다. 비행가능해졌고 무기파괴력 사정거리 모드 증가했죠 ,팬들이야 하늘을 날개된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지라.
  • 마징곰 2006/05/24 19:19 #

    다이모스도 괄목할 파워업을 했습니다.
    우주에서 못쓰던 열풍정권시리즈가 우주에서도 쓰게 되었죠;
    (슈패 4차에선 진짜 저것때문에;)
  • 곰탱V 2006/05/24 20:23 #

    확실히 4차는 깡패 풍뎅이가 휩쓸었죠...
  • issuelit 2006/05/24 21:19 #

    깡패풍뎅이 진짜 강해요.. 그쪽인간들은 왜이렇게 강한건지원..
  • S.R.M 2006/05/24 22:54 # 삭제

    제4차 S는 SFC용과 달리 단쿠가와 콤바트라중 하나를 보내는 이벤트가 없어서 마지막까지 둘다 사용할수있다는 점도 아주 좋았습니다.
  • 열혈 2006/05/25 09:38 #

    처음에는.... 여러 애니의 주인공들이 모인 꿈의 경합이었었는데... 뒤로 갈 수록 망한 애니의 재조명이라는 요상한 목적이 붙은 거 같더군요. 개인적으로는 G건담이라고나 할까요? 처음 G건담을 접했을 때 저것도 건담이냐~~ 라고 생각했었는데 슈로대에 참전해서 그 강력함과 아스트랄한 이벤트를 경험하고선 관심이 생겼습니다. 반프레스토 쪽에선 이런식으로 이용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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