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로봇 연구서설 - 중기 용자 시리즈 편 - 로스트 카테고리 (1)

* 생각하는 초AI - '애니메이션'과 '로봇'의 존재 의의를 묻다 -

'전설의 용자 다간'의 종료 후, 와타베 카츠요시에게서 용자 시리즈 감독의 자리를 이어받은 다카마츠 신지는, 지금까지의 3작품에서 굳어진 용자 시리즈의 패턴을 타파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슈퍼로봇을 창조하고자 하였다. 그 첫작품으로 발표된 '용자특급 마이트가인'은 주로 60년대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오고 있는데, 우선 이 작품의 주인공인 센푸지 마이토는 예전 닛카츠 영화의 대표작 '철새 시리즈'의 주인공의 아들이라는 뒷 설정이 깔려있으며, 라이벌 캐릭터인 '에이스의 죠'나 히로인 '요시나가 샐리'등 다른 등장 캐릭터들 역시 그 이름과 이미지를 60년대의 인기 배우들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따라서 그 스토리 라인 역시 고전 액션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답습한 정통파 활극이 위주가 되었고, 주인공 마이토의 입장도 예전 시리즈의 소년 주인공들과는 달리 주역 로봇의 '파일럿'으로서의 역할이 보다 강조되어 있으며, 히로인 샐리 쪽도 이전 작품들의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여성'으로서의 측면이 한층 부각되었다. 이와 더불어 주인공 용자들의 설정도 지금까지의 신비적 생명체가 아닌 초AI를 탑재한 로봇으로 바뀌었는데, 이러한 대대적인 노선전환은 용자 시리즈 자체의 분위기 쇄신은 물론, 결과적으로는 용자 시리즈로부터 트랜스포머의 영향을 상당부분 희석시키는 성과를 가져왔다.

또한 이 작품은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킨 멋진 연출이 속출했는데, 언제나 멋진 등장 대사와 함께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부터, 전성기의 슈퍼로봇을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합체 연출과, 속도감이나 중량감보다는 어디까지나 액션 그 자체의 멋을 중시한 미학 중시의 전투 연출, 탑승기를 교체해가며 등장하는 라이벌과 벌이는 운명적인 사투, 그리고 매니아들의 의표를 찌른 최종 전투에서의 합체 해제 등은, 당시의 슈퍼로봇 애니메이션들 중에서도 가장 '정통파'에 근접하고 있었던 이 작품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배경설정에 있어서도, 석유자원의 고갈로 모든 교통수단이 열차로 교체되었다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등장하는 모든 용자로봇이 기차 형태로 변형하고, 도시 구석구석까지 철도가 깔려있는 세계관은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매니악한 것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밝혀지는 메타픽션적인 수법이었다. 놀랍게도 이 마이트가인의 세계는 '3차원인'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였고, 그 세계에 혼란을 불러온 모든 악의 실체는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그 세계를 창조한 블랙 느와르, 곧 '마이트가인'이라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작한 제작진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수법은 어린이 대상의 TV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상당히 획기적인 시도였지만, 한편으로는 작품의 주인공에 대한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해버리는 상당히 위험한 시도이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용자특급 마이트가인'이라는 작품은 멋진 주인공들과 후련한 액션으로 얻은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의문점이 남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방영중에, 당시 메인 캐릭터 디자이너를 맡고 있던 이시다 아츠코와, 초창기부터 용자 시리즈를 떠받쳐온 오바리 마사미의 결혼이라는 예기치 않은 경사가 있었고, 감독은 마치 이를 기념하듯, 이 '마이트가인'을 결국 주인공 마이토와 히로인 샐리의 결혼식이라는,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형태의 완전한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한다.

'마이트가인'의 스탭 대부분이 그대로 이어진 후속작 '용자경찰 제이데커'는, 전작의 대상연령층이 너무 높았던 것을 감안해서 다시금 용자 시리즈의 원류인 '소년과 용자와의 교류극'을 부활시켰는데,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였던 전작의 용자들과는 달리, 처음에는 보통의 기계였던 용자로봇이 소년과의 교류를 통해 '마음'이 깃든 초AI 로봇으로 변화한다는 설정과, 그 '마음'의 가능성을 높게 산 경찰청장에 의해 마음을 가진 용자로봇들이 용자경찰로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게 된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용자 시리즈 이상의 설득력으로서 비교적 이른 단계에 고연령층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였다.

전작에서는 고전 액션 영화적 연출을 시도했던 다카마츠 감독은, 이번에는 형사드라마의 분위기를 도입하는 동시에 '마음을 가진 로봇'의 이야기를 작품의 메인 테마로 삼았는데, 기계이면서도 인간과 다름없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내적인 갈등과, 기계에 깃든 마음이라는 존재를 부정하는 인간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외적 갈등을 그리는 시리어스한 SF 드라마는, '철인 28호' 이래의 거대로봇물이라는 장르로서는 이례적으로, 일찌기 '철완 아톰'으로 시작해서, '에이트맨', '키카이다', '로봇 형사 K' 등을 거치면서 발전한, 지금까지는 주로 등신대 로봇 작품에서 그려졌던 정통 일본식 로봇 SF의 흐름을 계승한 작품이었다.

비교적 밝은 분위기의 '철완 아톰'을 제외하고는 주로 인간의 욕망과 편견으로 인한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 '제이데커'는 마음을 가진 로봇들을 진정한 친구로서 생각하는 긍정적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과, 같은 처지의 로봇들끼리의 우정과 격려라는 새로운 요소가 더해짐으로서, 이전에 작품들에 비해서는 보다 밝은 분위기로 '마음을 가진 로봇'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 밖에도 이 작품은 예전의 명작 애니메이션이나 특촬 작품, 심지어는 전작 '마이트가인'의 오마주까지 포함하고 있는 대담한 에피소드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 정통 SF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중후한 에피소드에서부터, 유쾌한 패러디나 개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함하고 있는 이러한 이야기들은, 다카마츠 감독의 높은 드라마 연출력과 더불어 가히 절정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는 오바리 마사미의 화려한 액션 연출, 그리고 이시다 아츠코가 만들어낸 개성적이면서도 친근감있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면서, 이 '제이데커'를 로봇 작품으로서는 물론, 애니메이션으로서도 가히 1급품의 명작으로 만들어 내었다.

이리하여 이제는 당당히 당대의 로봇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정받은 이 '용자 시리즈'는, 정작 선라이즈의 진짜 주력이라고 할 수 있었던 '건담' 시리즈가 'V 건담'에서 'G 건담'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 극단적인 작풍으로 인해 팬들과 평단의 대혼란을 유발했던 것과는 달리, 보다 안정된 스토리와 공감하기 쉬운 내용을 앞세워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덧글

  • 이리아부친 2006/05/25 11:59 #

    최종전투의 합체 해체라... 확실히 의표였습니다.
    문제는 엑스카이저 최종화에서도 잠깐이지만 오픈카이저(...)가 나와서 굉장히 놀랐었지요;ㅁ;
  • OmegaBass 2006/05/25 13:08 #

    제이데커.. 정말 지금 생각해도 명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ㅠ_ㅠ
  • paro1923 2006/05/26 01:52 # 삭제

    후기 용자 씨리즈... 기대하겠습니다.
  • 선우용 2008/08/05 19:05 # 삭제

    개인적으로 용자시리즈에서 최고의 3대명작이 바로 파이버드(선가드),와 다간과 더불어서 바로 제이데커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고3인 제가 이 애니를 봐도 충분이 부담없이 즐겨볼수 있는 상당히 수준높은 스토리를 자랑하는 애니라고 생각합니다.
  • 심재호 2008/08/15 08:25 # 삭제

    저는 제이데커를 가장 먼저 본 경우라..... 많은 영향을 받았지요. 언젠가 우리의 생활에서 만나고 싶다는 다소 머나먼 상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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