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ガメラ 大怪獸空中決戰]』 가메라 사가

다이에이 / 1995년 3월 11일 / 컬러 95분 / 감독 : 가네코 슈스케 / 각본 : 이토 카즈노리 / 특촬감독 : 히구치 신지 / 괴수 디자이너 : 마에다 마히로 / 출연 : 나카야마 시노부, 후지타니 아야코, 호타루 유키지로, 혼고 코지로

일본 근해에서 플루토늄 운반선이 의문의 산호에 의해 좌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조사팀은 거기에서 고대의 비문과 정체불명의 곡옥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한편 일본의 어느 섬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생물에 의해 주민과 조사대 전원이 전멸하는 참극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조사하러 갔던 조류학자 나가미네 마유미는 의문의 거대 괴조의 습격을 받게 되고, 자위대는 후쿠오카 돔을 이용하여 괴조들의 포획작전을 시도하지만, 이때 의문의 산호는 거대한 거북이 모양의 괴수로 변형하여 괴조 포획작전이 진행되고 있는 후쿠오카 돔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고대문명이 낳은 인류의 천적 '갸오스'와, 지구의 수호신 '가메라'와의 기나긴 싸움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인 것과 동시에, 인류에게 있어서는 지금껏 겪어본 적이 없던 전대미문의 재앙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 인류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은 오직 '가메라'뿐...


원래 ‘가메라’ 부활계획은 84년의 ‘고지라’ 부활 직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본 굴지의 영화사였던 도호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했던 고지라와는 달리, 가까스로 법인체는 유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유령회사나 다름없었던 다이에이의 사정상, 가메라의 부활은 좀처럼 이루어지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다이에이를 인수, 부활시킨 도쿠마 서점의 강력한 추진력을 등에 업고 다시 추진되기 시작한 가메라 부활계획은, 이미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크리미마미’, '패트레이버' 등의 대히트작을 다수 내놓았고, '울트라맨 파워드' 등의 특촬 작품에도 참가한 경력을 가지고 있던 각본가 이토 카즈노리, ‘왕립우주군’, ‘톱을 노려라’ 등의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탁월한 연출감각을 선보인 히구치 신지, ‘취업전선 이상없다’ 등으로 이름을 얻은 가네코 슈스케 감독의 집결로 인해 드디어 본격적으로 시동되게 되었다.

이들이 가메라 부활과 함께 내놓은 가장 첫 번째 선언은 다름아닌 ‘정통 괴수영화의 부활’이었다. 당시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평성 고지라 시리즈는 시리즈 사상 최악의 작품이라고까지 불리는 전년도의 '고지라 VS 스페이스 고지라'를 정점으로 하여 거의 대부분의 괴수영화 팬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많은 괴수영화 팬들은 그들이 오랫동안 꿈꾸고 있던 ‘이상의 괴수영화’는 이미 먼 과거 속에 자리잡은 환상의 산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자포자기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 3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 세상에 나온 ‘가메라 대괴수공중결전’은, 실로 이러한 호언장담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멋진 ‘괴수영화’였다. 처음에는 단지 ‘가메라의 부활’ 을 보기 위해 극장에 발을 옮겼던 괴수영화 팬들은, 곧 이 작품이 보여준 압도적인 리얼리티와 치밀한 줄거리, 그리고 스펙터클로 가득 찬 한 장면 한 장면에 완전히 빠져들면서,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영화야 말로 그들이 오랫동안 정말 애타게 기다려왔던 ‘진짜 괴수영화’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작품은 도호의 폐쇄적인 체계 안에서 한때는 완전히 하나의 양식으로 굳어져 버리고 말았던 괴수영화의 작법을, 당시 이미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렀던 애니메이션의 기법을 도입하여 대담하게 타파함으로 인해 오히려 원래 괴수영화가 가지고 있던 본질적인 재미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는데, 우선 세밀한 고증과 수작업을 통해 완벽하게 재현된 아키하바라의 거리와, 역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된 자위대의 병기체계와 작전체계, 그리고 ‘괴수’라고 하는 전대미문의 재해에 노출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들은 당시의 기술로 재현이 가능한 최대한의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표현되었고, 이러한 철저한 리얼리즘은 그때까지의 ‘괴수영화’에 대해서 '컬트적 재미로 즐기는 B급 작품' 정도의 기대치밖에 갖고 있지 못했던 팬들에게 실로 강렬한 충격을 주었다.

특히 '괴수의 출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그려내는 방식에 있어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탁월함은, 이 영화가 완성된 직후 일어난 한신대지진을 보도하는 각 언론의 대응이, 이미 완성되어 있던 이 영화에서 보여준 '괴수'라는 가상의 재난에 대한 언론보도의 묘사와 놀랄만하게 흡사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으며, 실제 현역 뉴스 캐스터들을 다수 기용하여 거의 99.9%의 리얼리티를 완성해낸 극중의 묘사는 압도적인 현실감을 자랑한다.

그 밖에도, 명령이 없으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자위대의 행동체계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와, 눈앞에 벌어진 상황만을 쫓아가면서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조직의 무능함, 그러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주민 대피에 힘쓰는 경찰 하부조직의 기민한 대응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물론 가네코 감독이 보여준 탁월한 연출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 이상으로 예리한 시선을 통해 당대 일본의 현실을 날카롭게 파악하면서, 그러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드라마에 극한의 리얼리티와 냉엄한 비판의식을 부여한 이토 카즈노리의 각본의 힘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당시의 특촬 영화 스탭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맥이 끊어져 있던 츠부라야 에이지 특유의 촬영기법을 어떻게든 현대에 되살리고자 했던 히구치 신지의 범상치 않은 집착은, 철저하게 사람의 시점을 고집한 카메라 앵글과, 괴수의 거대함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된 세밀한 미니어처와 이를 최대한으로 활용한 독특한 원근법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참신하면서도 세심한 기법들을 통해, 당시에는 거의 잊혀져 버렸던 ‘거대한 생물’ 특유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위압감,그리고 생동감을 다시 한번 관객들의 눈 앞에 펼쳐내는데 성공한 이 작품은, 많은 팬들과 평론가들의 머릿속에 모든 면에서 ‘평성 고지라’를 능가하는 ‘진짜 괴수영화’로서 깊게 각인되었고, 이 작품을 계기로 사람들은 한때는 절망적으로까지 일컬어졌던 일본 특촬영화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재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에 있어서 또한 중요한 점은, 평성 시대에 부활한 고지라가 옛 시리즈 말기에 가지고 있던 '인류와 지구의 수호자'라는 속성을 정통 괴수영화로서 성립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버리지 않으면 안될 타락한 모습으로 치부해 버렸던 반면에, 이 작품의 가메라는 여전히 인간과 교감하고 인간을 지키는 정의의 괴수로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고지라 이상으로 정통파 괴수의 멋과 재미를 충분히 유지하고 있던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분명 '괴수영화'라는 장르 자체는 일종의 재난영화에서 출발한 것도 사실이고, 괴수영화의 본질은 괴수와 문명의 대립을 통해 자연과 인간과의 문제를 그리려고 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예전 괴수영화의 발전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처음에는 문명에 대립하는 자연의 복수자로서 등장했던 괴수들이, 어느새 더 크고 본질적인 외부로부터의 위협에서 인간을 지켜주는 자연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수호자로서의 괴수'라는 독특한 개념 역시, 일본 괴수영화에 있어서는 이미 하나의 전형성으로서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수호자로서의 괴수'는 비록 이후 상업성에 영합한 장르영화의 타락으로서 많은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이미 많은 괴수영화 팬들의 무의식 속에서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고, 이는 자연을 두려워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서만이 아닌, 자신들을 지켜주는 친근한 수호자로서 생각하고 있던 동양적 사상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

평성 가메라는 이러한 문제에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하면서, 일본 고대 문명의 상징인 곡옥과, 고대의 무녀를 연상시키는 히로인 아사기의 모습, 그리고 '거북'이라는 모티브가 가진 대지의 수호자로서의 신화적인 의미를 한층 뚜렷하게 부각시킴으로 인해, 예전의 괴수영화들에서는 그저 막연하게 그려낼 수 밖에 없었던 '수호자로서의 괴수'라는 독특한 존재를 보다 설득력있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근원적인 접근 방법은 이 작품을 통해 고대 신화에 그 근원을 두고 있는 성적인 암시마저도 다시 부활하게 만들었는데, 원래는 가장 상반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괴물'과 '미녀'가 운명적으로 얽혀드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신화와 전설은, 이후로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몬스터 무비의 모티브로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되었다.

이는 '평성 고지라' 시리즈를 비롯한 당대의 특촬 작품에 있어서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지만, 츠부라야 사후 더 이상의 발전을 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 눌러앉아 버린 관습적 상상력과, 아동 대상의 방학 시즌 흥행 작품이라는 족쇄는 결국 그러한 요소들을 지나치게 약화시킨 결과를 가져왔고, 이러한 결함을 관객들은 무의식 중에 '무언가의 결여'로서 인지하면서 당시의 괴수영화가 예전의 괴수영화만 못하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찌기 여배우를 다루는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던 가네코 감독의 연출력과, '우루세이 야츠라', '크리미마미'를 시작으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와 '공각기동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주도적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있어 가히 독보적인 역량을 자랑하던 이토 카즈노리의 재능이 합쳐진 결과, 이 작품에서는 실로 아슬아슬한 성적 은유를 유지하면서 기존의 괴수영화나 몬스터 무비들 이상으로 '괴수'와 '소녀'의 관계를 설득력있게 그려내는데 성공하였다.

이리하여 이 작품은 예전의 괴수영화들 이상으로 장르의 근원적 요소들을 철저하게 추구한 결과, 당시 이미 재기불능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평성 고지라'는 말할 것도 없고, 예전 황금시대의 괴수영화들조차 능가하는 작품적 완성도와 장르적 정체성을 획득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이러한 방법론은 이후 많은 크리에이터들에 의해 애니메이션과 특촬 작품에 다양하게 도입되며 일본 대중문화의 르네상스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게 되었다.

비록 이 작품 자체는 그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고지라 시리즈의 아류작이라는 선입견과, 마케팅 전략의 미숙으로 그다지 높은 흥행실적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평론가들과 골수 괴수영화 팬들에게는 실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지금도 이 작품은 괴수영화 팬을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보지 않으면 안될 명작의 반열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시작으로 탄생된 ‘평성 가메라 3부작’은, 지금도 일본의 괴수영화를 대표하는 금자탑으로서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최고의 괴수영화’로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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