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라 VS 킹기도라[ゴジラVSキングギドラ]』 토호특촬영화 크로니클

토호/ 1991년 12월 14일 / 컬러 103분 / 감독, 각본 : 오오모리 카즈키 / 특기감독: 카와키타 코이치 / 음악 : 이후쿠베 아키라 / 출연: 나카가와 안나, 토요하라 이사오, 오다카 메구미, 로버트 스콧필드, 코바야시 아키지

고지라의 탄생비밀을 조사하던 청년작가 테라사와는 어느 기업의 사장인 신도에게서 고지라 출생에 관한 중대한 정보를 손에 넣는다. 그것은 2차대전 말기, 태평양의 라고스 섬에서 옥쇄 직전에 있던 신도의 부대를 구한 거대한 공룡의 존재였다. 그 정보를 들은 테라사와는 그 공룡이 미국의 수폭실험에 의해 고지라가 되었다고 하는 자신의 가설을 확립하게 된다.
한편, 갑자기 후지산 기슭에 거대한 비행물체가 나타난다. 그 속에서 나타난 것은 수백년 후의 세계에서 온 미래인으로, 그들은 일본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고지라를 소멸시켜주겠다고 일본 정부에 제안한다. 그리고 그들이 근거자료로서 가져온 것이 바로 아직 채 쓰지도 않았던 테라사와의 책이었다. 
테라사와는 미래인들과 함께 타임머신에 타고 2차대전 당시의 라고스 섬으로 간다. 거기에서 방사능 괴수가 되기 이전의 고지라 = 고지라사우르스를 발견한 그들은 타임머신의 물질전송능력으로 고지라사우르스를 베링 해로 순간이동 시켜 고지라를 소멸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고지라가 사라진 현대에 이번에는 킹기도라가 나타나 일본을 습격한다. 그 킹기도라를 탄생시킨 것은 다름아닌 미래인들이었고, 그들의 목적은 일본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킹기도라의 힘으로 일본을 멸망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 예전보다도 보다 크고 흉폭해진 고지라가 다시 나타난다. 베링 해로 이동되었던 고지라사우르스는 침몰한 핵잠수함의 방사능을 받아 더욱 강력하게 부활한 것이다. 결국 킹기도라는 고지라에게 패퇴하고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버리는데, 승리의 기쁨에 취해 무차별 파괴를 자행하는 고지라를 막아서는 것은...?


작품성에 비해 그다지 졸은 흥행성적을 올리지 못했던 '고지라 VS 비오란테' 이후, 토호는 앞으로의 고지라 시리즈의 방향성을 예전의 인기 괴수와 고지라를 다시 대결시킨다는 철저한 흥행 위추의 노선으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첫 타자가 된 것이 바로 고지라의 영원한 라이벌인 킹기도라였는데, 원조 고지라의 음악을 담당했던 이후쿠베 아키라와 함께 다시 돌아온 킹기도라는 당초부터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완성된 작품은 이후로도 계속되는 격심한 찬반양론에 휩싸이게 되는데, 고지라 영화 최초로 고지라의 탄생비밀을 추구한 것이나, 양대 대괴수에 의한 철저한 파괴미학의 진수, 그리고 보다 더 크고 강하게 부활한 고지라의 모습은 특촬 작품으로서의 이 영화의 평가를 상당히 높게 만들어 주었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설정이나 비주얼 등 모든 면에서 대폭 약화된 킹기도라의 모습과 '백 투 더 퓨쳐'의 어설픈 모방이 눈에 띄는 3류 SF영화 수준의 시나리오, 2차대전 당시의 미군부터 일본의 번영을 질투하는 미래인들에 이르기까지 서양인을 시종일관 악역으로 취급하는 노골적인 반미주의적 경향 등은 이 영화의 평판을 나쁘게 만든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할리우드 오락영화들이 흔히 그렇듯이 시나리오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관객의 눈을 붙잡아 놓는 충분한 볼거리만 제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오락영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그에 걸맞는 다양한 흥미거리와 수준높은 특촬장면으로 아동용 오락영화로서는 매우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히로인이 직접 조종하는 메카 킹기도라와 고지라의 최종결전은 도에이 특촬 작품적인 아이디어와 토호의 기술력이 결합한, 일본 특촬에 있어서의 하나의 궁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오랜 역사를 지닌 시리즈 중의 한 작품으로서 이 영화를 평가할 경우, 많은 올드팬들의 기억속에 최강의 우주괴수로 남아있던 킹기도라가 미래인들의 애완동물 -> 로봇으로 격하된 설정이나, 구 시리즈와 신 시리즈의 세계관이 얽혀버린 모순투성이의 설정, 그리고 이 작품에서 저질러버린 타임 패러독스가 이 작품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그대로 계승하는 속편에 미치게 되는 각종 부정적인 영향 등은 특히 오래된 고지라 팬들 사이에서 호된 악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어쨌든, 이 작품은 전작을 상회하는 흥행성적과 화려한 비주얼로 인한 어린이들의 좋은 평가로 인해 토호를 충분히 만족시켰고, 이후 토호는 어디까지나 흥행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한 이러한 노선을 'VS 시리즈'의 마지막까지 관철하게 된다.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