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라 VS 메카고지라[ゴジラVSメカゴジラ]』 토호특촬영화 크로니클

토호 / 1993년 12월 11일 / 컬러 108분 / 감독 : 오오카와라 다카오 / 각본 : 미무라 와타루 / 특기감독: 카와키타 코이치 / 음악 : 이후쿠베 아키라 / 출연: 다카시마 마사히로, 사노 료코, 오다카 메구미, 사하라 켄지, 다카시마 타다오, 하라다 다이지로, 가와즈 유스케

보다 강력하게 부활한 고지라를 상대하기 위해 UN은 고지라 대책 센터와, 그 휘하부대 G 포스를 창설한다. 이전의 싸움에서 고지라에 의해 파괴된 메카 킹기도라를 회수한 G 대책센터는 그 과학기술을 집결시킨 대 고지라용 전투머신 메카고지라를 개발, 한편 베링해 한 섬에서 의문의 알이 발견되고, 그 알을 둘러싸고 고지라와 라돈이 싸우는 틈을 타 인류에 의해 회수된 알에서는 고지라사우르스의 새끼인 베이비 고지라가 탄생한다. 고지라는 자신의 새끼를 찾기 위해 일본에 상륙하고, 메카고지라가 반격에 나서지만 실패, 고지라도 새끼를 찾지 못한 채 일단 물러간다. G 포스는 베이비 고지라를 이용한 고지라 유인작전을 시도하지만 파이어 라돈의 출현으로 작전은 다시 실패. 그러나 다시 출격한 메카고지라는 라돈 격퇴에 성공하고, 이어서 나타난 고지라 역시 기동병기 가루다와 합체하여 파워업한 슈퍼 메카고지라의 필살기 G 크래셔의 공격으로 쓰러지고 마는데... 


어째서인지, 특촬 작품에 있어서는 XX주년 기념작치고 재미있는 작품이 거의 없다는 징크스가 있다. 그것은 고지라 40주년 기념작을 표방하는 이 영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비교적 윤택한 예산을 제외하고는 과거의 고지라 쇠퇴기(속칭 Age of Fukuda)에 비교될 만큼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던 고지라 시리즈의 각종 열등인자를 거의 총망라해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라 보면 되겠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면 정말 호화스럽기 그지 없다. 전성기 고지라의 숙적이자 최고의 동료이기도 했던 라돈의 부활과 더불어, 고지라 역사상 킹기도라와 더불어 최강의 적이라 불렸던 메카고지라의 부활, 그리고 예전의 미니라보다도 훨씬 귀엽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 베이비 고지라의 출현 등, 적어도 마케팅적인 면에서 이 작품은 역대 고지라 작품 중에서도 꽤 욕심을 부린 의욕작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알맹이를 들추어보면, 이런 소재들을 결코 제대로 활용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 낮은 시나리오와 유치한 연출, 그리고 발상은 좋았지만 뭔가를 착각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뒤얽힌 플롯들의 혼란상은 결과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깎아먹는 결과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베이비 고지라와 메카고지라라는 서로 상반된 속성을 가진 캐릭터들의 드라마는 제대로 된 유기성을 갖지 못한채 상호간 시너지 효과는 커녕 어린이 영화다운 유치성만 더욱 강조시켰을 뿐이고, 전작의 메카 킹기도라에 이어 인류의 편으로 등장한 메카고지라는 예전의 '로봇 괴수'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는 단순히 고지라 형상을 한 로봇으로 그 지위가 격하되었다.

특히 이 작품에 등장하는 메카고지라는 74~75년의 초대 메카고지라는 물론, 2002년에 등장한 3대째 메카고지라에 비교해봐도 한 랭크 떨어지는 조악한 디자인 수준으로 인해 일단 겉보기부터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거기다가 다른 메카고지라들이 한순간이나마 원조 고지라에 지지않는 강렬한 임팩트의 도시파괴 장면을 연출하며 진짜 고지라에 필적하는 존재감을 어필한 것과는 달리, 여기서의 메카고지라는 시종일관 인간의 충실한 도구로서만 그려졌다는 점도 괴수영화 팬들에게는 상당한 마이너스 포인트가 되었다.

그런 멋대가리 없는 메카고지라에게 고지라가 약점을 찔려 맥없이 당하는 것도 납득이 안가던 차에, 이번에는 쓰러졌던 라돈이 에너지가 되어 고지라에게 흡수당하면서 절대절명의 고지라가 다시 부활한다는 충격적(?)인 전개로 넘어가면 더 이상 할 말도 없어진다.

대체적으로,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라 불리는 괴수영화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괴수가 나타났다'라고 하는 너무나도 황당무계한 사실을 단 한순간만이라도 관객들이 납득하게 만드는 연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서, 예전의 괴수영화들은 '괴수가 나타났다'는 대전제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리얼하게 그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괴수영화의 드라마 스탭들은 특촬 스탭과는 또 다른 열의와 각오를 가지고 진짜 '괴수'를 눈앞에서 본 사람들의 리얼한 대피장면이라던가, 괴수에 의한 절망적인 파괴를 앞에 두고 정치가들이나 군인으로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혼란과 고뇌의 군상극을 성의를 다해 그려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괴수의 존재가 당연시되면서 그러한 나름대로의 리얼리즘의 추구는 생략되거나 무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괴수영화가 어린이들이나 보는 하급 장르로서 전락한 것도 딱 그 무렵이라 할 수 있겠다. 괴수영화에 외계인이 등장하고, 초병기가 등장하고, 결국 거대로봇까지 등장하면서 이미 괴수영화는 '언젠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미지의 존재의 공포'를 그리던 장르영화에서 '매년 연중행사로 찾아오는 SF 아동영화'로까지 변질되고 말았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일본을 대표하는, 아니 세계를 대표하던 괴수영화였던 '고지라' 시리즈는 결국 두번이나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그때까지 끈질기게 고지라를 사랑해주고 있던 특촬팬들조차 이제는 완전히 등을 돌리려고 할 무렵... 다른 곳에서는 이미 완전히 역사속에서 사라진줄만 알았던 또 하나의 'G'가 서서히 눈을 뜨려 하고 있었다.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덧글

  • 잠본이 2007/01/01 21:26 #

    > 대전제를 제외한 다른 부분의 리얼한 연출

    우리나라 특촬은 어린이 대상이 99.9%라 아예 이 부분에는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서 안습이죠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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