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포뇨 감상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어린이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게 만든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입니다. '모노노케 히메'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든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계신 분에게는 썩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뭐, 아무리 그래도 '게드 전기' 같은 종말스러운 물건과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안되는 작품이니 거기까지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적어도 영상미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기도 하고요.

주제가부터 시작해서,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야자키 작품 중에서도 '이웃집 토토로'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미야자키가 직접 감독한 작품 중에서도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일상과 판타지를 융합시킨 세계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은 이 두 작품 뿐이니까요. 그러나 솔직히 말해... 어린애들이 연애질하는 내용은 개인적으로 좀 그렇긴 했습니다. 아, 물론 묘사는 순수하지만 뒷감당이 심히 걱정되더라고요.

그리고 어째 나오는 사람들마다 지나치게 활기차고 긍정적입니다. 사실 이 작품의 내용상 시점만 바꾼다면 정말 '딥 임팩트'나 '투모로우' 급의 비참한 재난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사람들이 너무 긍정적이니만큼 그럴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묘사에 대해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어린이 영화인데다가 사람들의 긍정적인 모습 자체가 미야자키 감독의 메시지이기도 하겠지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일본쪽 평을 보니, '바닷속의 위대한 존재'나 '반어인' '고대의 부활' 등의 소재에서 크툴루 신화를 연상시킨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크툴루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포'나 '광기'가 너무 심할 정도로 없는 관계로, 해당 사항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단지, 마지막 스태프롤까지 다 보고 난 '더럽혀진 어른'의 시각으로는 "이렇게 끝나도 되는거야? 세계는? 인류는? 도대체 어쩌라고?"라는 의문이 들 여지가 있긴 합니다. 

한국에서 정식 개봉될 경우, 애니메이션을 통해 강렬한 자극이나 심오한 의미를 찾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단지 지루한 애들 애니로만 보일 것 같습니다. 단지 순수하게 작품의 영상미를 추구하거나, 어린이들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박 예감입니다. 원래 애들이 좋아하면 대박이 나죠. 단지 '게드 전기'가 우리나라에 남겨놓은 마이너스 효과가 워낙 큰 관계로, 우선은 게드의 악몽을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바다에서 온' 존재인 포뇨와 '땅에 사는' 인간 소년 소스케의 만남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나, 작품 곳곳에 숨겨진 수수께끼와 설정 등에 대한 해석 같은 건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더 이상 파고들면 작품의 세밀한 부분까지 얘기를 해야하고, 그랬다가는 자칫 아직 국내에 공개되지도 않은 이 작품의 김을 빼버릴 우려가 있으니까요. 나머지 얘기는 개봉하고 나서 하는 것이 좋겠군요. 뭐, 그때가 되면 다른 분들도 많은 말씀을 해주시겠죠.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by 백금기사 | 2008/08/12 13:07 | 애니 & 게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2)

트랙백 주소 : http://lgaim.egloos.com/tb/179582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레이트 at 2008/08/12 13:22
토토로와 비슷한 분위기라면..... 저와는 궁합이 맞을듯 합니다.<-의외로 토토로를 재미있게 본 20대 초반 녀석.
Commented by 알트아이젠 at 2008/08/12 13:39
얘들만 제대로 잡는다면 최소한 본전은 건지겠군요. 기회가 되면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Geese at 2008/08/12 13:47
같이 일하는 아줌마(라고 해봤자 나보다 몇 살 더 많은거지만 -_-)의 의견을 빌리자면
애니메이션에서 내용 외의 의미를 찾는건, 보는걸 좋아하는 팬을 넘어선 것이라더군요.
뭐 말마따나 아무리 애니메이션이 넘쳐나는 일본이라고 해도 일반인이 보기에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그닥 평범해보이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포뇨를 봤을 때 느낌은 백금기사님 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조금 아쉬운 감이 없잖이 있더군요.
하지만 같이 간 애들(유치원생과 중1)은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전 다른건 다 좋으니 포뇨와 소스케의 어머니들끼리 무슨 얘기를 나눴나가 궁금합니다.
숨겨진 의미 그런건 둘째 치고 나름 길게 넣어놓은 대화씬인데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는건 꽤 괴롭네요.
말 그대로 어른들의 사정이라는건가... OTL
Commented by 하마지엄마 at 2008/08/12 14:00
진짜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영화에 의외로 간접적인 에로씬(..)이 있다는 이야기가 현지에서 보셨던 분을 통해 제보되었습니다. 사실인가요(....-_-;;)
Commented by 아레스실버 at 2008/08/12 14:48
포~뇨 포뇨포뇨~ 포~뇨포뇨포~ (뭐??)
Commented by 김동인 at 2008/08/12 15:19
순간적으로 포르노라 보고는 엄청 놀랐네요. 백금기사님 블로그에서 이런글이 하면서 말이죠. ㅎㅎ 눈이 더위 먹었나.
Commented by golgo at 2008/08/12 17:29
게드 전기는 정말 잊고 싶은 악몽이죠..^^;
포뇨 개봉하면 아동용 작품이라는 걸 감안하고 관람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Commented by 올페노크 at 2008/08/13 10:54
주제가 진짜 중독성은 있더군요. 그리고 광고를 엄청나게 해대는지 이번에 일본갔더니 번화가는 어김없이 저 노래만 흘러나오더라는;;;;
Commented by 갈라파고 at 2008/08/19 21:36
전 이 애니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 그냥 정말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는 ... ;ㅅ; 토토로 같은 분위기가 나구요 사실 좀 말이 안되는 상황도 많긴 하지만.. -_-..; 좋게 보려 노력했구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귀엽더군요. 이번껀 C.G 처리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손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
Commented by 니오 at 2008/08/27 02:43
저도 영화를 상당히 잼있게 봤습니다...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시간이 ... 암튼 아이들이 시청할수 있는 시간이라 뭐라 할말은 없죠....너무 길면 힘들잖아요 아이들이...ㅎㅎ 그리고 geese님이 궁굼해하신 그 부분은 ...음 제생각엔 소스케의 포뇨에 대한 감정같습니다...만약 소스케가 물고기 였던 포뇨를 사람이된 포뇨와 똑 같은 마음으로 대하고 사랑할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섞인 어른들의 이야기 였을겁니다...만약 소스케가 포뇨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포뇨는 물거품이 되고 세상도 멸망하니까요....ㅎㅎ
Commented by J at 2008/10/02 21:21
http://jp.youtube.com/watch?v=x9QUFyp8EIY
뽀뇨를 재밌게 보셨다면, 이쪽도 추천입니다.

ㄴ(-_- ㄱ)====33
Commented by 백금기사 at 2008/10/02 22:31
뽀뇨 보기 전날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봐버렸던 겁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