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12일
벼랑 위의 포뇨 감상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어린이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게 만든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입니다. '모노노케 히메'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든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계신 분에게는 썩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뭐, 아무리 그래도 '게드 전기' 같은 종말스러운 물건과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안되는 작품이니 거기까지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적어도 영상미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기도 하고요.
주제가부터 시작해서,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야자키 작품 중에서도 '이웃집 토토로'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미야자키가 직접 감독한 작품 중에서도 현대 일본을 배경으로 일상과 판타지를 융합시킨 세계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은 이 두 작품 뿐이니까요. 그러나 솔직히 말해... 어린애들이 연애질하는 내용은 개인적으로 좀 그렇긴 했습니다. 아, 물론 묘사는 순수하지만 뒷감당이 심히 걱정되더라고요.
그리고 어째 나오는 사람들마다 지나치게 활기차고 긍정적입니다. 사실 이 작품의 내용상 시점만 바꾼다면 정말 '딥 임팩트'나 '투모로우' 급의 비참한 재난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사람들이 너무 긍정적이니만큼 그럴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묘사에 대해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어린이 영화인데다가 사람들의 긍정적인 모습 자체가 미야자키 감독의 메시지이기도 하겠지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일본쪽 평을 보니, '바닷속의 위대한 존재'나 '반어인' '고대의 부활' 등의 소재에서 크툴루 신화를 연상시킨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크툴루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포'나 '광기'가 너무 심할 정도로 없는 관계로, 해당 사항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단지, 마지막 스태프롤까지 다 보고 난 '더럽혀진 어른'의 시각으로는 "이렇게 끝나도 되는거야? 세계는? 인류는? 도대체 어쩌라고?"라는 의문이 들 여지가 있긴 합니다.
한국에서 정식 개봉될 경우, 애니메이션을 통해 강렬한 자극이나 심오한 의미를 찾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단지 지루한 애들 애니로만 보일 것 같습니다. 단지 순수하게 작품의 영상미를 추구하거나, 어린이들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박 예감입니다. 원래 애들이 좋아하면 대박이 나죠. 단지 '게드 전기'가 우리나라에 남겨놓은 마이너스 효과가 워낙 큰 관계로, 우선은 게드의 악몽을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네요.
그런 의미에서, '바다에서 온' 존재인 포뇨와 '땅에 사는' 인간 소년 소스케의 만남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나, 작품 곳곳에 숨겨진 수수께끼와 설정 등에 대한 해석 같은 건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더 이상 파고들면 작품의 세밀한 부분까지 얘기를 해야하고, 그랬다가는 자칫 아직 국내에 공개되지도 않은 이 작품의 김을 빼버릴 우려가 있으니까요. 나머지 얘기는 개봉하고 나서 하는 것이 좋겠군요. 뭐, 그때가 되면 다른 분들도 많은 말씀을 해주시겠죠.
written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 by | 2008/08/12 13:07 | 애니 & 게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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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서 내용 외의 의미를 찾는건, 보는걸 좋아하는 팬을 넘어선 것이라더군요.
뭐 말마따나 아무리 애니메이션이 넘쳐나는 일본이라고 해도 일반인이 보기에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그닥 평범해보이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포뇨를 봤을 때 느낌은 백금기사님 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조금 아쉬운 감이 없잖이 있더군요.
하지만 같이 간 애들(유치원생과 중1)은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전 다른건 다 좋으니 포뇨와 소스케의 어머니들끼리 무슨 얘기를 나눴나가 궁금합니다.
숨겨진 의미 그런건 둘째 치고 나름 길게 넣어놓은 대화씬인데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다는건 꽤 괴롭네요.
말 그대로 어른들의 사정이라는건가... OTL
포뇨 개봉하면 아동용 작품이라는 걸 감안하고 관람해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뽀뇨를 재밌게 보셨다면, 이쪽도 추천입니다.
ㄴ(-_- ㄱ)====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