얏타맨 실사판을 보았습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아무래도 감상을 적는 것에 있어서 '드래곤볼 에볼루션'과의 비교는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겠죠. 일본에서는 아직 왓치맨이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시 비교대상을 드래곤볼 에볼루션으로 잡은 사람이 많은 듯 합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 역시 영화 수준만으로는 드래곤볼 에볼루션과 별 차이가 없는 B급입니다.

하.지.만. 재미로 말하자면 도저히 비교가 안됩니다. 원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는 전제 하에(사실 원조 얏타맨은 국내에서도 두 번 방영된 적이 있었죠. 신작 얏타맨은 아직 일본에서도 완결이 안 났으니...) 본다면 정말로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원작과의 차이점에 대한 논쟁이나 호오의 여지는 있지만, 그 수준은 드래곤볼 에볼루션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솔직히 얏타맨이라는 소재 자체가 드래곤볼과 비교하면 훨씬 다루기 쉽고 영화화도 쉬운 소재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장대한 서사 구조인 드래곤볼 원작과는 달리, 얏타맨은 기본적으로 그리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1화 완결식의 에피소드입니다. 더구나 기본적인 캐릭터와 패턴이 워낙 완벽하게 짜여있어서 응용도 아주 쉽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얏타맨은 드래곤볼에 비해 훨씬 고전 명랑만화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드래곤볼 에볼루션의 경우에도 실사화가 되면서 원작 특유의 만화적 개그를 많이 삭제했지만, 얏타맨에서 그런 짓을 한다면 바로 정체성의 위기가 옵니다. 그래서인지 얏타맨은 다른 만화 원작 실사 작품들이 거치는 '어른스러워지는' 과정을 대부분 포기해버렸습니다.

그 결과 얏타맨의 연출 센스는 원작을 전혀 모르는 일반 영화 관객이 본다면 '괴작'이라 할 수 있는 영역에 충분히 도달해 있습니다. 단지, 애초부터 노선이 확고했던 만큼 상당히 뻔뻔스럽게 만화적 비주얼을 밀고 나간 덕분에 적어도 자기 정체성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처음에는 독자 노선을 걷는듯 하다가 후반에 이도저도 아니게 된 드래곤볼 에볼루션과의 차이입니다. 

특히 얏타맨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스태프와 출연진이 곳곳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원작의 필수적 요소가 대부분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습니다. 더구나 일단 넣는 이상은 확실히 넣습니다. 아무리 허접한 개그나 어이없는 부분이라도 그것이 얏타맨의 정체성이라면 모두 집어넣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모두 모여서 원작의 정체성을 재구축하는데 이바지했습니다.

사실 배우 연기력으로만 비교하면, 역시 얏타맨 측과 도론보(3악당) 측의 차이가 꽤나 벌어집니다. 얏타맨 1호 역인 아라시의 사쿠라이 쇼도,  얏타맨 2호 역의 후쿠다 사키도 연기가 뛰어난 배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 두 사람의 역할이 크게 연기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그래도 만화적인 오버가 부족한 점은 적잖이 아쉬웠습니다.

다행히도 오모챠마 역인 타카하시 치아키나 얏타왕(얏타킹) 역인 야마데라 코이치의 연기는 아주 적절합니다. 신작 애니판과 공통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 특히 야마데라 코이치는 대사 있는 엑스트라 역으로 직접 출연도 합니다. 그 밖에 원조 도론보 성우 중 두 명과 애니판(구판 & 신판)의 사사가와 히로시 감독 등도 특별출연합니다.

도론보 쪽은, 도론죠 역인 후카다 쿄코의 존재감이 상당합니다. 사실 홍보 자체도 얏타맨보다는 도론죠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았는데, 어차피 원작에서도 얏타맨보다 도론보 일당이 인기가 더 좋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 보야키 역인 나마세 카츠히사(고쿠센의 교감 역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편이죠)나 돈즈라 역인 켄도 코바야시의 연기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반면 게스트 캐릭터 쇼코를 연기한 오카모토 안리는 원작에 없었던 캐릭터라서 그런지 입장이 좀 애매합니다. 생각해보면 다른 배우들은 어쨌든 원작 캐릭터가 확실하니 배역을 잡기도 쉬웠겠지만, 쇼코는 비중이 제법 있는 오리지널 캐릭터인 만큼 난이도도 높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얼굴보다는 조금 더 연기가 되는 배우를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정리하자면, 캐릭터의 원작 재현도에 있어서는 드래곤볼 에볼루션과 감히 비교가 안됩니다. 비록 의상 등은 실사화에 맞춰 어느 정도 변경되었다고 해도, 캐릭터의 기본적인 설정과 성격 등은 원작과 일치합니다. 정확히는 신작보다는 구작 쪽에 조금 더 가까운 편입니다만, 적어도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원작 재현과 재구성에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전반적인 비주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첫 전투의 무대인 파괴된 시부야 장면을 비롯해 최종 결전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이 CG로 제작되었습니다만, CG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데다가 워낙 작품 분위기가 만화적인 만큼 어색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주역 메카 얏타왕의 경우는 실물 크기 모형이 함께 쓰이는 등 CG만이 아닌 세트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액션 역시 괜찮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특수 효과와 와이어 액션 위주입니다만, 미이케 타카시 감독이 특촬계 작품도 많이 맡아봤는지라 원작의 과장된 느낌을 잘 살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쪽도 원작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원작의 연출에 집착하는 사람 사이에 의견이 갈릴 부분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일정 수준'에는 도달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정말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스태프롤이 끝나고 나오는 '예고'에 있어서도 드래곤볼 에볼루션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모든 것이 원만하게 마무리된 줄 알았던 상황에서 나오는, TV 시리즈의 예고편을 그대로 재현한 '다음 주 예고'의 센스는 그 재미와 정성으로 인해 작품의 여운을 더욱 깊게 남겨줍니다. 이건 정말 속편 나와야 합니다. 

text by 백금기사(lgaim.egloos.com)

by 백금기사 | 2009/03/25 10:58 | 특촬 이모저모 | 트랙백(3)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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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샌드맨 at 2009/03/25 11:04
일본에서도 2주차에 순위 유지하는듯 하더군요. 저도 언제쯤 봐야하는데...(먼산)
Commented by 농어 at 2009/03/25 11:05
고... 고쿠센의 교감 선생님이 도론보 3인조로 나온다는 말씀이십니까!!??;;

우와. 이건 정말 보고 싶어지네요;; 국내상영은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ㅇ<-<
Commented by スナヲ at 2009/03/25 11:06
확실히 티저영상만 봐도 드라곤볼[어이]에 비해서 어느정도 수준은 뽑아주는 B급으로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얼추 맞았나보군요 ^^;

이러쿵저러쿵 잘 진행되어서 국내 정식개봉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만, 국내에서 이겨라 승리호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도 싶고 여러가지로 난관이 많아서 힘들 것 같이 느껴지네요 ㅠㅠ 아니면 부천 국제영화제라도[...]
Commented by crdai at 2009/03/25 11:27
아니 드래곤볼 에볼루션이 어떻다고요.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수 밖에 없었고, 영화관에서 나오는 모든사람들의 얼굴에 만족의 미소가 저절로 피어오르게 하는 능력을 가진 작품은 인생에 있어서 만나기 힘들...(거기까지)
Commented by 나이브스 at 2009/03/25 11:46
국내 상영은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보고 싶은...
Commented by EST_ at 2009/03/25 12:10
3주째 1위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백금기사님 글을 읽으니 한층 더 보고픈 마음이 강해집니다.
혹시 시사회라도 있었던 건가 싶어 국내개봉에 대한 기대가 은근히 생겨나네요.
Commented by 알트아이젠 at 2009/03/25 14:01
아라시가 부른 주제가도 상당히 좋더군요. 일본내에서는 흥행과 평이 둘 다 좋다는데 영화제라도 좋으니,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후카다 쿄코의 네이밍파워로 국내 상영은 좀 어렵다고 보거든요.
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09/03/25 14:11
국내개봉이 시급합니다.-미지수....-
Commented by 일우 at 2009/03/25 15:19
...국내 개봉은...(먼 산)
Commented by 다루루 at 2009/03/25 16:19
이제 P2P에서 얏타맨 다운 횟수가 많아지겠군요(먼산)
Commented by Gejo at 2009/03/25 19:43
여러가지로 에볼루션(드래곤 볼-아닙니다.)는 '기준'이 되겠군요...
과연 누가 에볼루션의 신화(?)를 깰 것인가;;
Commented by 알스 at 2009/03/25 22:23
딴건 몰라도 후카다 쿄코 때문에 보고싶네요

레이트쇼 티켓을 사야하나;;
Commented by monots at 2009/03/25 22:54
정말 너무나 보고싶은 작품입니다! 국내 개봉 반드시 되야합니다! :-)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03/25 23:31
다음회 예고... 에봐 신극장판 생각이! (...)
Commented by draco21 at 2009/03/26 01:42
에볼루션 덕분인지도 모른다는 무엄한 생각을 했습니다만.... 저두 보고 싶습니다. OTL
Commented at 2009/03/26 05: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백금기사 at 2009/03/27 13:39
저 작품 자체가 1970년대의 원작 재현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저 정도를 그냥 웃고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생각했고 심각하게 '성인 코드'라고 인식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의 기준에서 보면 엄하게 보일 수도 있고, 지금의 일본은 예전보다 규제가 심해져서 21세기의 신작 애니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죠.
Commented by -tabris- at 2009/03/27 12:56
근데 이거 도대체 몇세이상 관람가 였던겁니까...? 의외로 에로에로해서 뒤집어 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느장면 말하고 싶은건지 아시죠...? ^_^;;;)
Commented by 백금기사 at 2009/03/27 13:32
그게 원작(정확히는 구작)의 느낌입니다. 슬픈 것은... 예전 어린이들(일본의 40대 기준)은 저런거 다 보고 자랐는데도 요즘 어린이들(일본의 10대 기준)보다 순박했다는 것입니다;;; 뭐, 구작의 국내 방영시에는 다 잘랐으니 한국은 관계없습니다만.
Commented by 새누 at 2009/04/26 22:20
....얏타맨 1호X도론죠 커플링....
Commented by erjifo at 2009/10/15 11:13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었을 때에는 조금 야한감이 있어서 과연 이것의 연령대는 무엇인가 하고 고민을 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저는 원작을 보지 않았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음~~.... 1호와 2호 도론조는 누군지 알았었는데 보야키....그 보야키 어쩐지 낯이 익더라......

그런데 국내에 상영될지는 미지수가 될 것 같네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만 상영되고 끝이 될지도;
Commented by 아하... at 2009/11/07 22:30
막판 신파만 아니었다면 정말 좋았을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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