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의 오펀스 단상

이렇게 보니 디자인적 독창성도 꽤 의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메카닉은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메카닉을 써먹는 방법이 틀려먹은 작품이죠. 하지만 저는 이 작품 자체보다도, 이 작품이 소설이나 만화가 아니라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과정까지 방관한 모든 관계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반다이 입장에서는 프라모델 광고만 하면 된다는 가벼운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고, 선라이즈도 요즘 워낙 다양한 물건을 만들다보니 뭔가 특이한 것도 해보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진짜 너무 팬들을 쉽게 생각했습니다. 

다 보고 나면... 이게 뭐하자는 물건이었냐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야쿠자물의 클리셰를 가지고 한번 로봇 애니를 만들어본 것 같다는 평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야쿠자물 중에서도 나름 로봇 애니메이션에 어울릴만한 좋은 작품이 많은데, 하필이면 그 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클리셰들을 값싸게 갖다붙였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니 최종적으로는 로봇이 왜 필요한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 세계관과 작품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로봇 잡는 총=다인슬레이프만 있으면 다 되는데 말이죠.

만일 이 철혈이 다시 살아날 방법이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리부트 극장판을 만드는 것 뿐입니다. 프라모델 광고는 해야할테니 메카닉은 그대로 쓰더라도 기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스토리로 재구성을 해야 합니다. 물론 최근의 에우레카 7처럼 어설프게 그러다가 망한 물건도 있지만, 이놈은 어떻게 재조립을 해도 지금보다 더 망하진 않겠죠. 물론 똑같이 망하면 의미가 없으니 죽을 힘을 다해 멀쩡한 스토리를 뽑아내고, 앞으로는 그걸로만 밀고 TV 시리즈는 루트 잘못 탄 평행세계의 망한 이야기로서 영원히 파묻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반다이와 선라이즈에게 그럴 여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미 너무 벌려놓은 판이 많아서... 그리고 괜히 철혈 다시 손대는 것보다도 더 쉽고 돈도 잘될 기획이 넘쳐날테니까요. 메카닉 애호가로서는 개인적으로 꽤 잘 뽑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철혈의 메카닉들이 졸작의 오명을 쓴채 묻히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사실 메카닉만 살려내준다면 나머지는 다 파묻어도 상관없습니다. 아니, 다 파묻어 버리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새로 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유도 그것만이 메카닉은 살리면서 이전 것들을 완벽하게 파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욕하시는 오카다 마리 씨를 이전에 잠시 뵌 적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작업량이 많은 분이고 오더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하시는 분이라, 크리에이터라는 인상보다는 감독의 의도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분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감독이 맛이 가는 경우 각본가가 브레이크를 걸기는 커녕 그 의도를 최대한 충실하게 반영하고 증폭하는 물건이 나와버리고는 합니다. 대부분 오카다 마리 각본 작품이 욕을 먹는 경우는 감독과 세트로 먹는 경우가 큰 것도 이때문이라 보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시 보라고 하면 안 볼 겁니다. 프라모델이라도 더 팔고 싶으시면 그냥 새로 만드세요. 

  

덧글

  • 은이 2017/12/14 13:21 #

    야쿠자물에 건담을 어거지로 붙이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것에
    최종적으로 기억에 남은건 주인공 메카 두부파츠(순화)를 효시....
    그거 보고 모든 희망을 버렸습니다 (...)
  • 백금기사 2017/12/15 07:52 #

    거기까지 보신게 대단한 겁니다
  • 존다리안 2017/12/14 13:40 #

    WB의 저스티스 리그 실사영화 생각도 납니다. ㅜㅜ
  • 백금기사 2017/12/15 07:52 #

    저에겐 매칭이 잘 안되는 부분이라 언급을 피하겠습니다;
  • fallen 2017/12/14 14:31 #

    본문 내용으로만 오카타 마리에 대해 말하자면 그냥 감독이 하라는 대로만 글써대는 공장장 느낌이네요
  • 백금기사 2017/12/15 07:53 #

    원래는 그게 애니메이션 각본가의 올바른 위치입니다. 원작자도 아니고 창작자도 아니죠. 원작자급의 비중을 가진 일부 스타 각본가라는 것이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 범골의 염황 2017/12/14 15:02 #

    가엘리오 비중이 높아진 건 그렇다고 쳐도 다른 건담시리즈같으면 보스캐릭터였어야 할 러스탈이 어느새 가엘리오의 조력자가 되어버린 게 정말 어이없었다고 봅니다.

    차라리 미카즈키랑 가엘리오가 손잡고 러스탈도 맥길리스랑 손잡아서 대결했으면 비교적 평범하지만 완성도가 무난했을 것 같은데. 러스탈의 심복이었다 가엘리오의 히로인처럼 되어버린 줄리에타 쥬리스같은 경우도 전작 더블오의 소마 필리스처럼 적이었다 아군으로 합류하는 히로인 루트로 가면 적절한 배치였을 것 같구요.
  • 백금기사 2017/12/15 07:54 #

    뭔가 특이한 걸 해보려다 망하는 흔한 케이스죠.
  • 나이브스 2017/12/14 19:25 #

    건담계에 아머드 코어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죠.

    만일 살린다면 적어도 이전 이야기 다 없애고

    엑제전을 위주로 극장판 하나 만들어서 모든 건담 프레임이 나오면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 백금기사 2017/12/15 07:54 #

    이전 이야기든 이후 이야기든 지금 스토리는 필요없죠.
  • 무명병사 2017/12/14 18:25 #

    최악의 건담 애니. 그거뿐입니다.
  • 백금기사 2017/12/15 07:55 #

    제가 이 글에서 xx이라는 고유명사를 일부러 뺀 거랑 카테고리를 일부러 미분류로 한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악이라는 수식어조차 아깝습니다.
  • 나인테일 2017/12/14 18:33 #

    설마 건시데와 에이지의 아래가 있을거라고는;;
  • 백금기사 2017/12/15 07:55 #

    이것이 진정한 바닥이길 바랍니다.
  • 무지개빛 미카 2017/12/14 20:36 #

    MS디자인부터 메타스 허리+복부, 안됩니다....
  • 백금기사 2017/12/15 07:55 #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스트레이 기반의 SD무사인 바키마루와 최종적으로 유사점이 너무 많이 나와버렸습니다.
  • tarepapa 2017/12/14 20:46 #

    1화는 좋았죠...1화는...1화에 낚여서 본 사람들은 뭔 죄랍니까...
  • 백금기사 2017/12/15 07:56 #

    원래 낚시라는 것이 다 그렇습니다.
  • 자유로운 2017/12/15 00:26 #

    감독의 폭주를 막지못해 세트로 욕먹는 각본이군요.

    참 아쉽습니다.
  • 백금기사 2017/12/15 07:56 #

    그런 예는 비일비재하긴 한데, 오카다 마리는 자신의 스타일에 비해 이름이 지나치게 팔렸습니다... 사실 본인도 그걸 원치 않는 듯 했습니다.
  • 나인테일 2017/12/15 11:15 #

    그러고보니 오카다마리는 바로 그 “프렉탈”의 각본이기도 했을겁니다.
  • 백금기사 2017/12/16 13:51 #

    감독이 멀쩡한데 욕먹는 경우는 거의 없긴 했죠...
  • 2017/12/15 13: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12/16 13:5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충성은그만 2017/12/15 19:48 # 삭제

    G레코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전 특유의 올드한 느낌?이 진짜 마음에 들었는데 한국의 반응은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
  • 백금기사 2017/12/16 13:53 #

    기획안의 반토막 분량밖에 안 주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영감님 같으면 그래도 어떻게든 했을텐데 지금 연세로서는 솔직히 너무 무리한 계획이었습니다. 극장판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 풍신 2018/01/07 18:56 #

    로봇 애니더라도 야쿠자 식 범죄 조직과 싸우는 피카레스크 물 중에 출중한 물건들이 많고, 그걸 군웅물로 승화시킨 것도 종종 있는데, 이건 그런 것을 감안해서도 최악이었다고 봅니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